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하고 도주했다가 지난 5일 경기 파주에서 체포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에 대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금 행방과 범행 경위, 공범 존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회사 측은 변호인의 발언에 대해 “내부적으로 윗선 연루 정황 등을 확인해봤지만 공범이 있는지는 드러난 바 없다”고 반박했지만 경찰은 공범의 존재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키로 했다. 횡령한 금액이 거액인 만큼 초기부터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이씨가 빼돌린 횡령금 추적·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서울 강서경찰서는 약 250억원이 입금된 이씨의 증권사 계좌를 동결하고, 전날 주거지에서 압수한 금괴 308억원어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수년간 소유했던 경기 파주에 있는 건물을 잠적하기 직전 부인과 여동생, 처제 부부에게 1채씩 증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구입한 금괴와 부동산 자산 외에 암호화폐 등 다른 자산을 매입한 정황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횡령금과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와 관련된 이씨 자산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을 법원에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씨는 횡령과 관련해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에게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회계 관리가 부실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함께 제시했다. 엄태관 대표 등이 횡령사건이 이미 발생한 시점인 지난해 11월 15일자 분기보고서에서 ‘중요한 기재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의 누락이나 허위가 없다’, ‘외감법 규정에 따라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기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분기보고서 내용과 달리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2년간 내부감사실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고, 지난해에는 감사용역 담당 회계법인을 교체해 용역보수를 40%가량 감액했다. 내부회계관리는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이다.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내부회계관리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자산 5000억원 이상에서 자산 1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됐다.
한누리 관계자는 “회사의 합리적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구축되지 않았음에도 삼덕회계법인이 오스템임플란트의 2020회계연도 감사보고서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적정 의견을 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다은/김진성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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